다투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보다 효율적으로, 보다 현란하게. 그 것이 모든 존재의 덕성처럼 여겨지는 듯하다. 그러나 일체의 모든 것은 그저 작디작은 하나의 입자로부터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작업실 안으로 볕이 들면 미세한 입자들이 빛줄기를 따라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그 입자들은 너무나 작아서 질량감조차 없다. 자신들의 실재를 주장하지 않는 것이다. 그들의 부유는 또한 어떤 목적을 지닌 듯 보이지도 않는다. 그들은 공기 속을 그저 떠다니다가 주위에 어떤 움직임이 일어나면 선선히 길을 내어 주고는 다시금 떠다니다 어딘가에 슬쩍 내려 앉기도 하고, 또 어느 때는 풀풀 들고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존재감도 없고 가치랄 것도 없는 이 입자들은 우리가 사는 세상 어디에나 들어차 있다. 빈틈없이 빼곡하게.
나의 캔버스 또한 작은 선들로 가득하다. 보잘것 없는 선들을 하나하나 들여 놓으며 각각의 선들이 자신의 품성에 적합한 질서 속에서 자기답게 실재하기를 소망한다. 그들의 서사를 채록하기 위해 언제나 새로 연필을 들고 사소한 선들을 캔버스 위에 펼쳐놓는다.